럼로우 단문 기억상실 럼로우 단문 기억의 부재는 선동의 방아쇠다. 럼로우는 모니터에 띄워올려진 남자의 얼굴을 핥듯이 훑었다. 길거리에 나가면 포스터나 광고 문구 한 두줄 정도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남자란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얼기설기 엮어진 머릿속에서 촘촘히 들어찬 무언가가 그의 시냅스를 조롱하고 비웃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머리꼭대기까지 차오르다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의 거품처럼 산산히 흩어지는 그것, 기억이라는 것. 그건 곧이어 생각해내려 하면 할수록 점차 흐릿해지는 꿈의 잔상처럼 메스꺼움만을 남기고 사라지고는 했다. 럼로우는 자신의 뇌가 누군가로부터 반쯤 잘려나간 기분을 느끼며 입술을 비틀었다. 한 두 번이 아니다. 이건 매번 그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게 만들었.. 더보기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15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