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밤님.. 할뱃 입니다..
제게 병이 하나 있는데... 일상물 달달물 개그물 에로물을 못쓰는 병이에요
ㅠㅠㅠㅠ귀여운 리퀘 망쳐서 죄송함다ㅠㅠ
세계를 지키는 저스티스 리그라고 해서 휴식을 즐기지 못하란 말은 없었다. 일요일이었고 굉장히 더웠다. 한 여름을 맞아 지구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그 더위에 지친 듯이 빌런조차 나타나지 않을 때가 되자 그들은 하나 둘 피서를 떠나기 시작했다. 물론 피서라고 해도 사건이 터진다면 바로 달려올 그들이었지만 그래도 마치 일반인이라도 된 것처럼 피서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었다. 누군가는 바닷가로 놀러가 칵테일을 마시며 썬탠을 했고, 누군가는 집에서 에어컨을 켠 채 독서를 즐기고 있었다. 또 누군가는 달에 가서 일광욕을 즐겼으며 다른 누군가는 물 속의 집을 방문하곤 했다. 마지막 두 건은 그다지 일반인의 피서 답지는 않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한다. 이글이글 끓는 태양 아래에서 미국은 평화로웠다. 아마도.
할 조던은 지쳐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이른 아침부터 페리스 사에 처박혀 비행기 세 대를 운행하고 점검해야 했다. 휴일인데 어째서 쉴 수 없는가 하면 저번에 여름 감기라 말도 안 되는 꾀병을 부리고 회사를 빠져버린 것을 메꾸기 위함이라 하겠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할은 유난히 더운 날씨 앞에서 한 마리의 연체 동물처럼 녹아내렸다. 지금 당장 할 조던이 하고 싶은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반지의 힘으로 저 태양을 옆 은하계로 날려 버리는 것이었다. 그 만큼 의지로 충만했다. 지구의 존속을 위해 그 상상은 잠시 덮어 두기로 하며 할은 오후 쯤이 되어서야 일터를 떠날 수 있었다. 가장 더운 시간이었다. 그는 차 안에 붙여 놓은 플라스틱 모형이 조금 녹아내린 것을 보고 기겁했다.
사실 바로 집에 돌아가 늘어지거나 혹은 오아로 잠시동안 피신을 가거나 하는 선택권을 생각해 보고 있었다. 이 정도가 되면 피난민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뜨거운 핸들을 돌리며 운전하던 그는 핸드폰이 울려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를 확인도 하지 않고 받은 전화 너머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섹시할 정도로 낮고 서늘한 목소리에 무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할은 귀로부터 시작해 온 몸에 소름이 달리는 것을 느낀다. 브루스 웨인은 짤막한 단어들로 이야기했다. 어디냐는 질문에 할은 지금 막 일이 끝났다 대답했다. 남자는 그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오라는 말만 남기고서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었다. 귀에서 전화를 떼자 다시금 더위가 몰려왔다. 할은 핸들을 틀었다.
아이스크림 섹션에 서서 수많은 종류의 아이스크림들을 보던 그는 뭘 살까 잠시 고민했다. 그는 무난한 바닐라 맛을 집었다가 초콜렛으로 바꿨다. 아니 이왕이면 삼색 아이스크림이 낫겠다. 아이스크림 한 통을 들고 그는 브루스의 집으로 갔다. 고담 역시 태양이 끓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웨인 저는 묘하게도 서늘해 보였다. 저택도 그 주인을 따라가는 건지 아니면 저택 자체에서 이런 느낌이 드는건지. 할은 막연히 생각하며 케이브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이라 그런지 몰라도 케이브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잊을 수 있을 만큼 시원해서 할은 그제서야 조금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모니터를 보고 있던 브루스는 평상복 차림이었다. 돌아보지도 않고 척 내미는 손에 할은 쯧 혀를 차곤 그 위에 가져온 아이스크림을 올려 놓았다. 이런 좋은 곳에서 혼자 피서를 즐기고 계셨구만. 브루스는 여전히 모니터를 보며 아이스크림 통의 뚜껑을 땄다. 보다시피 난 지금 일 하고 있거든. 피서라 하기엔 무리가 있지. 할은 으쓱였다. 적어도 덥지는 않잖아. 그리곤 할은 짧은 샤워를 하고 다시 나왔다. 브루스는 혼자서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씩 퍼 먹으며 아직도 뭔가를 조사중인지 정신이 팔린 듯 했다. 입에 숟가락을 물고 타자를 두들기는 그의 뒤로 다가가서 할은 입에 물린 숟가락을 뺏았다. 네 걸로 먹어 라며 또 다른 숟가락을 가리키는 브루스에 아랑곳하지 않고 할은 그의 것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는 브루스의 어깨에 턱을 얹으며 눈을 지긋이 감고 기분좋게 신음했다. 음 좋다. 살 것 같아. 일 아직도 많이 남았어? 할의 질문에 브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까 적당히 있다 돌아가.
할은 그 말을 들을 생각이 있었다. 일 하는 브루스는 별로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예전에 그를 일 하지 못하게 하려다가 된통 당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반복 학습의 효과다). 그래서 알았다 대답한 할이 아이스크림을 다시 한 번 입으로 가져갈 때에 그것이 숟가락에서 미끄러져 브루스의 옷깃 안쪽으로 떨어진 건 전혀 의도된 게 아니었다. 브루스의 셔츠 깃은 조금 벌어져 있었고, 공교롭게도 그렇게 되었다. 브루스는 갑작스럽게 차가운 것이 안쪽 피부에 닿자 윽 신음하며 펄쩍 뛰었고 그에 브루스의 어깨에 턱을 맞은 할 역시 끙끙거렸다. 일부러 그런 거냐는 듯 짜증 가득한 추궁하는 시선을 받은 할은 아냐 실수야 를 연발했다. 할은 정말로 억울했다. 하지만 한숨과 함께 셔츠 단추를 풀어가는 브루스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건 불가항력이었다.
단추가 풀리고 빛 바랜 살갗이 드러났다. 아이스크림은 브루스의 쇄골 께부터 복근까지 미끌어져 녹아가고 있었다. 닦을 걸 찾는 브루스의 허리를 잡은 할은 몸을 숙였다. 남자가 뭘 하는 거냐 되묻기도 전에 할은 복근에 고인 아이스크림을 머금으며 핥았다. 브루스가 움찔거리며 몸을 뒤로 빼려했지만 할의 손이 단단하게 잡고 있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할이 이러는 것에 달가워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으며 계속했다. 혀를 내밀어 단물 자국을 핥아 올라가자 굴곡진 근육의 모양에서 단내와 브루스의 살갗 내음이 섞여 코 끝에 진동했다. 할의 혀가 가슴으로 올라와 다른 의도를 담고 돌기를 핥으니 브루스가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쪽쪽 노골적으로 빨자 남자는 낮게 신음했다. 자국을 전부 핥고 올라가 브루스의 입에 입 맞추려 할 때 남자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는 잡고 있던 할의 어깨를 좀 더 가까이 끌어당기며 눈으로 웃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