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토님의 물고문 당하는 프랭크로 피터프랭크...
죄송합니다... 스토리 개연성 야한거 그런거 없어... 캐붕과 내 욕망만이 존재할뿐이야...
프랭크는 눈을 뜨기 전에 먼저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뜨끈하니 피가 몰리고 다리에 압박감이 든다. 온 몸이 빈틈없이 포박되어 있었다. 그리고 양 옆으로 천천히 흔들리는 느낌은 분명, 그가 거꾸로 메달려 있다는 뜻이리라. 눈을 조금 뜨자 뿌연 시야에 어지러운 폐공간의 내부가 들어왔다.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머리가 깨어질 듯한 통증이었다. 안구 뒤 쪽의 어두운 공간에서 그는 눈알을 굴렸다. 여긴 어디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런 기본적인 질문들이 빠르게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정신을 잃고 있다가 깨어난 사람이 가장 먼저 생각하듯이. 하지만 단련되어 있는 프랭크 캐슬은 자신의 상황을 금새 파악한다. 기억이 하나 둘 씩 돌아왔다. 싸우던 도중 터진 가스탄으로 인해 뒤에서 공격을 해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건 순전한 그의 실수였다. 이미 그 전에 피를 흘리고 있던 터라 기습 공격을 깨닫지 못한 것일테다. 그리고 아마 지금 그는 적진의 안에 잡혀 있을테고. 프랭크는 문득 그들이 어째서 자신을 죽이지 않았나 생각했다. 테러 집단이 퍼니셔를 살려 두어서 무엇에 쓴단 말인가. 혹은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프랭크는 문득 웅성이는 소리를 들었다. 눈을 뜨지 않았음에도 그의 귓가로 들려오는 목소리들에 그는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그들이 자신을 이 곳에 묶어두고 있는 건 알 수 없는 모종의 교섭을 위해서라는 걸.
교섭이라. 퍼니셔를 사이에 두고 할 수 있는 교섭이 뭐가 있을까. 그리고, 교섭을 원하는 상대는 누구인가. 그는 생각하려 노력했으나 추리를 채 마치기도 전에 방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 중 한 명이 통에 물을 퍼다가 프랭크의 얼굴에 끼얹었다. 거꾸로 묶인 상태에서 물벼락을 맞으니 코와 입에 모조리 들어가 그는 거칠게 기침했다. 기도가 막히는 느낌에 경련하다시피 몸을 흔들며 쿨럭였다. 머리에 피가 몰릴대로 몰려 터질 것 같았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들은 프랭크를 천장에 묶은 줄을 잘랐고 프랭크는 바닥에 마주잡이로 떨어졌다. 온 몸을 두드리는 충격에 신음을 입 안으로 씹으면서도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에 새겨진 부상을 하나씩 점검했다. 그가 정신을 잃었을 때 흠씬 두들겨 패기라도 한 것인지 다리, 팔, 배 등에 둔통이 일었지만 심각하게 잘못 된 곳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매듭은 단단했고 오랜 시간동안 거꾸로 묶여있던 것인지 머리에 피가 쏠려 구토감이 일었다. 토할 것처럼 기침하는 프랭크를 복면 쓴 남자들은 무차별하게 폭행했다. 욕설을 섞어가며 프랭크를 발로 차고 짓밟던 그들은 자신의 동료들을 죽이고 조직을 붕괴하다시피 한 퍼니셔를 사정 봐주지 않았다. 입에서 피가 터지고 발목이 접질러지고 갈비뼈에 금이 간 듯한 둔통이 느껴졌다. 프랭크는 문득 문득 화이트아웃을 경험했으나 정신은 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멀쩡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신음을 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무는 프랭크의 머리채를 잡아 든 한 남자가 그의 뺨을 치며 정신좀 차려 보라며 비아냥거렸다. 프랭크는 혼미한 와중에도 여전히 도망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우선 포박을 풀어야 했다. 남자는 프랭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관심은 두지 않고 그릐 검은 머리칼을 잡은 채로 질질 끌었다. 그리고 통에 가득 담겨있는 물 속에 그 얼굴을 처박았다. 목구멍으로 물이 왈칵 밀려들었고 프랭크는 묶인 채 몸부림을 쳤다.
낄낄거리는 비웃음 소리가 물로 일렁이는 고막 너머로 들려왔다. 프랭크는 몸이 너덜거릴 정도로 부상을 당했다곤 하나 무인이었고 베테랑이었다. 그가 거칠게 몸부림 치는 것에 다른 남자들까지 다가와 그를 걷어차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눌렀다. 물 속에 처박힌 입과 코로부터 부글거리며 기포가 올라왔다. 한참 후에 머리를 잡아 뺐을 때 프랭크가 헐떡이며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쿠르르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몇 번이나 머리가 물 속에 박혔다가 다시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것이 다섯 번 쯤 반복되었을 때 프랭크는 먹은 물을 바닥에 울컥이며 토해냈다. 차라리 폭력 뿐이었다면 견딜 만 했을 것이었고 빠져나갈 틈을 노리겠으나 머리에 계속해서 가해지는 충격에 제대로 사고를 하기 힘드니 몸이 둔해졌다. 바닥에 뺨을 대고 널부러진 그에게 한 남자가 칼을 뽑아들며 다가왔다. 프랭크는 헐떡이며 남자를 노려봤다. 그 악귀같은 시선에 주춤한 것은 남자 쪽이었다. 저 칼만 있다면. 프랭크는 남자가 사정 범위 안으로 다가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 전에 복면을 쓴 남자들은 밖에서의 호출에 인해 불려 나갔다. 제길, 욕설을 짓씹으며 프랭크가 신음했다. 그리고 주변에 그의 포박을 풀 만한 것이 있나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엄청난 진동과 함께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몸을 일으키려던 프랭크는 다시 굴렀다. 낡은 건물이 무너질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선은 묶인 것을 풀고 이 곳에서 빠져 나가야했다. 허술한 시멘트 가루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자 건물이 무너질 거라는 가정은 더욱 확실해졌다. 벽면에 돌출되어있는 철근이 보였다. 프랭크는 묶인 다리로 절뚝이며 반 쯤 기다시피 그 쪽으로 걸어가 매듭을 마찰시켜 끊으려했다. 하지만 계속된 건물의 진동과 부상으로 인해 비척이는 몸으로 인해 그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건물은 점차 붕괴되어 가는 듯이 보였다. 그가 창문 밖으로 몸을 날리는 걸 고려하고 있을 때 그 창문 너머로부터 한 인영이 불쑥 나타났다. 거미처럼 창문으로 기어 내려와 박살내며 안으로 들어온 스파이더맨은 프랭크의 꼬락서니를 보고 클클 웃었다. 애벌레 같다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곧 프랭크의 몸뚱이를 어깨에 들쳐 메고 그가 뭐라 말릴 새도 없이 창문 밖으로 뛰었다. 젊은 몸은 말랐지만 단단해서 프랭크 캐슬의 몸을 굳게 잡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이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순식간에 멀어진 건물은 먼지구름을 내며 스티로폼으로 만든 것처럼 부서졌다. 프랭크는 땅에 내려지곤 헛구역질을 했다. 상처입은 속에 물이 들어간데다 공중에서 격하게 흔들리기까지 했으니 뒤집어진 것이다. 멀건 물만 토해내는 프랭크를 내려다보며 피터는 어깨를 으쓱였다. 고맙다는 인사는 나중에 받을게.
프랭크는 스파이더맨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혹시 그 조직이 교섭하려던 상대가 어벤저스였는지 하는 추측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곳엔 다른 어벤저스는 보이지 않았고 스파이더맨 혼자 뿐이었다. 그가 혼자 이 곳을 찾아 건물을 무너트린 건가. 땅에 엎어져 잠시 숨을 헐떡이던 프랭크는 스파이더맨을 간신히 올려다 보았다. 피터 파커는 팔짱을 낀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그는 피터가 아직까지 자신의 포박을 풀어주지 않았단 것을 깨달았다. 입술을 비틀며 그를 노려보는 프랭크의 눈빛에 가면 너머로 피터가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당신이 그 정도로 당하는 건 오랜만에 보는걸. 좋은 광경인데? 프랭크는 이를 갈았다. 이거 풀어. 명령조의 말에 피터는 소리내서 웃었다. 지금 누가 누구에게 분부하는 건지 모르겠네. 당신을 구해준 은인에게 말이야. 피터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향해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 동작이 지극히 동물적이라, 사실은 피터의 모든 움직임은 유연한 동물과도 같아서 그건 간혹 그를 인간적이지 않게 보이도록 했다. 피터는 흙과 땀과 물에 젖은 프랭크의 얼굴이 그를 향하도록 돌렸다. 손에 우악스럽게 잡힌 양 뺨이 억눌리며 입이 벌어졌다. 피터는 다른 손으로 자신의 가면을 콧등까지 벗어 올렸다. 아직은 나이에 비해 애뗘 보이는 입과 턱이 드러났다. 프랭크는 그 손아귀에서 그리고 마른 몸뚱아리 밑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뒤척였지만 육체는 그의 뜻에 거스르며 벌레처럼 뒤틀리기만 했다.
사실은 좀 더 반항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억누르는 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몸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프랭크 캐슬에겐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프랭크는 그러지 못했다.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는 듯 하다가, 숨이 섞였다. 피터는 남자의 엉망으로 튿어진 입술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위액 내 섞인 단내 나는 숨에도 개의치 않으며 짓누르듯 입 맞췄다. 프랭크는 일그러진 푸른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아직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떨어지고 몸이 식으며 아프게 떨려왔다. 다시 한 번 물 속에 처박히는 기분이었다. 자상하지만 메마른 혀가 짓무른 입술을 싸악 핥고 구강을 헤짚었다. 입술을 뗀 피터는 히죽 웃었다. 그러고 있으니까 더 꼴리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