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팍커크 개그
쓰다맘 재미없음
칸 누니엔 싱 사건 이후 n개월, 엔터프라이즈호는 오늘도 순항중이었다. 드넓은 우주를 잠잠히 가로지르는 빛나는 은색의 함선이 전장을 뚫고 나온 여신의 모습처럼 위풍당당했다.
물론 겉보기론 알 수 없지만 그 브릿지 안의 대원들은 하나같이 꾸벅꾸벅 졸기 바빴다. 기계 위에 엎어져서 자는 사람. 의자 등받이 너머로 고개를 꺾고 코를 고는 사람 등 가지각색이었다. 전 우주의 엔터프라이즈 팬클럽이 보면 통탄함에 눈물을 흘릴 광경이었다.
커크는 턱을 괸채 침까지 흘리면서 자다가 주륵 미끄러졌다. 쿵 소리와 함께 팔걸이에 이마를 장렬하게 박은 커크가 벌떡 고개를 치켜들고 주변을 휙휙 둘러봤다.
"뭐야! 무슨 소리야! 기습인가!"
"니 이마가 의자와 키스하는 소리에요."
유일하게 자고있지 않던 우후라가 졸음 가득한 얼굴로 대꾸했다. 커크는 브릿지를 돌아봤다. 하나같이 시체처럼 늘어져있는 꼴에 화가 났다.
그는 신고있던 신발을 벗어 잘 자고 있던 체콥의 뒷통수를 향해 던졌다. 갸날픈 비명이 들렸다.
"아주 잘들 하는 짓이다 응?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심우주에서 잠이 와? 잠이? 장교직위 다 반납해 그냥!"
그제서야 대원들이 하나하나 불만스럽게 눈을 떴다. 지는 코까지 골고 잤으면서... 다들 커크를 흘끔거렸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얼굴에 철판깐지 오래인 커크는 그 시선을 깡그리 무시했다. 함장되서 는 건 철면피밖에 없었다. 그는 한쪽다리를 덜덜 떨며 손톱을 잘근거렸다.
"벌써 이주 째 그럴싸한 행성 코빼기하나 보이지 않다니 이게 무슨일이야. 술루 대위. 우리가 지금 어디지?"
"델타 쿼드런트의 336구역입니다."
"뭐? 아니 어쩌다 델타까지 온거야?"
"기억안나세요? 워프속도 최고로 올린 담에 눈감고 찍은 항성계로 가자고 하셨잖아요."
내가 그랬나. 커크가 심드렁한 얼굴로 귀를 팠다. 그 뻔뻔함에 브릿지 대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아 뭐 재밌는 일 안 생기나. 커크가 습관적으로 중얼거릴 때 브릿지 문이 열리고 스팍이 들어왔다.
"미스터 스팍! 근무 시간 중에 땡땡이 피면 안되지!"
커크가 스팍에게 심심하던 중 잘 걸렸다며 손가락질을 했다. 다들 너만하겠냐며 생각할 때 스팍이 신랄하게 말대꾸 할거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다니 부함장으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커크는 삿대질하던 주제에 되레 놀라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무..뭐?"
"다른 대원에게 제 소임도 맡기지 않고 브릿지를 나가다니 그 삼분 사십이초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제탓이라 해도 무관하겠죠."
"아니...뭐...다들 자고 있었고.."
"그러니 절 뉴벌칸으로 근신을 내려 주시죠. 일주일이면 딱 좋겠군요."
"아 글쎄 괜찮대도!"
"쳇."
스팍의 뜬금없는 반응은 둘째 치고서라도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방금 벌칸인이 혀차는 소리를 들은건가? 진짜로?
감정이라곤 거의 보이지 않는 벌칸인이 혀를 찬다는 말은 듣도보도 못했다. 내가 잘못들은 거겠지. 다들 서로의 얼굴을 돌아볼 때 스팍의 연인인 우후라가 그에게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스팍. 괜찮아요?"
"왜 묻습니까?"
"방금 혹시 혀 찬거에요?"
그러자 스팍은 눈을 껌벅였다. 마치 자신도 몰랐다는 것처럼. 대원들은 어쩌면 환청을 들은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곧 스팍이 한숨 쉬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제게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래서 뉴벌칸으로 보내달라 제안한거고요."
커크가 팔짱을 꼈다. "무슨 일인데 난데없이 일주일동안 뉴벌칸에 보내달라 그러는거야?"
스팍은 굉장히 불편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뭐 마려워? 커크가 심드렁하게 묻자 스팍은 뭐 이런 눈치없는 인간이 다 있냐는 투로 그를 쳐다보다가 무척이나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폰파가...다가왔습니다."
여기저기서 헛숨들이키는 소리가 났다.
커크가 물었다. 그게 뭔데?
"그러니까, 섹스 안하면 죽는다 이거야?"
커크와 스팍, 우후라는 따로 이야기하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와있었다. 단도직입적인 말에 스팍은 커크의 주둥아리를 때려주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벌칸인은 폰파에 대해 입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를 매우 꺼려했다.
"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미치거나 식물 인간이 될수도 있지만."
"헐. 대박."
"대박이라뇨?"
"일주일 내내 항시발기인데다 죽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섹스를 해야하는 거잖아? 와...존나..."
커크의 눈이 눈물젖은 것처럼 빛났다. 스팍은 딱히 동정받고 싶진 않았지만 그를 신경쓰는 커크의 마음이 고마웠다. 그는 안심하라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물론 사원에 들어가 밤낮으로 이어지는 수행으로 감정을 다스리면 아무 일도 없이 폰파를 마칠 가능성도 있..."
"뭐! 어떻게 그래!"
"예?"
"그런 좋은 기회를 걷어차겠다고? 일주일 내내 합법적인 마디그라스 스페셜인데? 복에 겨웠네 겨웠어. 아 시발 난 왜 벌칸인이 아닌거지."
"......"
진지하게 탄복하는 커크를 보며 스팍은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안 그래도 폰파 때문에 감정이 들쑥날쑥한데 지금 입을 열면 금방이라도 육두문자가 튀어나갈 것 같았다. 유일한 인간친구라는게 저모양이었다.
그는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말했다.
"벌칸인은 폰파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이성을 잃고 본능적인 욕구만 남게 되니까요."
"오 스팍. 부끄러워할 것 없어. 섹스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신이 주신 선물이란 말이지. 이 괴롭고 고통스런 세상에서 천국의 엑스터시를 맛보라는...으악!"
커크가 책상 밑으로 다리를 움켜잡았다. 가차없이 다리를 걷어찬 우후라는 여자 앞에서 말 좀 가려서 하세요 라며 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