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스팁 미완
가진 자는 부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흥미를 상실해버리고 남은 따분함에 목을 멜 때도 있다. 토니 스타크는 세상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이 없었고 만들 수 없는 것이 없었지만 그의 감정 만큼은 만들어 낼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세상에서 단 한 가지 컨트롤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건 외계에서 온 괴상한 빌런의 침략도 아니었고 쉴드의 암묵적인 협박도 아니었지만, 자신의 감정일 것이다. 그건 그가 어렸을 때부터 지속되어 온 것이었고 아직까지도 그러하다. 물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싶고, 토니 스타크는 그런 것 따위 컨트롤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아왔던 사람이라 애초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런 그가 어느 날 문득 그의 충실한 시종이자 자신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친구이기도 한 자비스에게 '감정을 컨트롤 하는 기계를 만들어 보려는 데 뭐 좀 생각나는 거 없어?' 라고 물어본 후 '데이터에 따르면 그것은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고 나옵니다' 라는 대답을 듣게 되었다.
계기는 늘 갑작스러운 상황이나 그런 상황들이 모여서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토니는 여느 날처럼 치즈버거나 씹으며 작업실 안에 처박혀 수트를 개조하는 데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몇 일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그는 치즈버거를 대령하라 했고 그의 비서들만 죽어라 버거킹으로 뛰어갔다 하는 상황이 이루어졌던 것이었다. 제대로 씻지 못해서 꾀죄죄한 몰골의 그는 그의 작업복이나 다름없게 된 블랙 사바스의 티셔츠를 입은 채 입체 홀로그램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 때 작업 계획표와 설계도 따위를 모니터에 띄워놓고 있던 자비스가 그 위로 전화가 들어옴을 알렸다. 락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자신의 주인을 위해 자비스는 높은 볼륨으로 말해야 했다.
"주인님, 쉴드에서 전화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 그래? 사실 나 지금 없어. 메세지 남기라고 해."
"긴급 사태라고 합니다만 받아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또 저번처럼 누가 정사각형 모양의 보석을 훔쳐갔다던가 외계인들이 하늘에 구멍을 뚫었다던가 그런 내용이겠지."
토니는 짜증을 내면서도 전화를 연결 시켰다. 닉 퓨리는 자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오우 소리를 내며 자비스에게 화면 축소를 명령하는 토니를 보고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토니는 손에 들고 있던 연장을 내려 놓았다. 거 일하는 사람 존중좀 합시다. 이번엔 뭔데? 토니의 말투가 익숙해진 퓨리가 참으로 여상스럽게도 말했다.
"스티브 로져스가 앞으로 자네 건물에서 함께 지내도 되냐고 물어보려 연락했네. 물론 이미 그 쪽으로 가고 있으니 대답의 여부는 상관 없지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배너 교수가 화나도 옷 안찢어 먹었다는 말이 더 현실성 있구만."
"쉴드 건물들이 재건축중이야. 손상된 곳이 많아서 복구해야하거든. 요원들 일부는 자택으로 돌려 보냈지만 로져스는 그럴 수 없지 않은가."
토니는 그 말에 잠시 생각했다. 하기사 칠십 년 동안 세상에 없었던 남자가 집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가 치타우리족의 침략전 이후 미국을 한 바퀴 돌고 와서 쉴드에 머무르고 있었다 들었는데 그게 토니가 최근 스티브에 대해 들은 소식의 전부였다. 잠시 토니의 안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그토록 쉬지 않고 이야기해대던 스티브 로져스와, 자신과 함께 전투에서 싸웠던 동료 캡틴 아메리카가 겹쳐지며 동시에 갈등했다.
하지만 갈등을 하고 말고를 떠나 토니 스타크는 원래 착하지 않은 사람은 되었지만 못된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자칭 박애주의자인 토니는 더 이상 군소리 없이 수락했다. 애초에 수락하건 거절하건 결과는 똑같았겠지만.
닉 퓨리의 말 대로 삼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스티브 로져스가 도착했다. 헤어진 빈티지 가죽 자켓에 면바지, 운동화, 거기에 커다란 스포츠 가방 하나를 멘 것이 전부인 스티브 로져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며 팔짱을 낀 채 문가에 기대고 서 있던 토니는 딱 한 마디 했다.
"옷 없어?"
"난 잘 지냈네. 자네는?"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 때 바이크 타고 사라질 때 입었던 옷이랑 똑같은데."
"기억 해줘서 고맙군."
어쩐지 예전처럼 스티브가 말 하나하나에 일일히 발끈하지가 않고 유하게 넘어가는 바람에 토니는 흥미를 잃어 버렸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큰일이야 패션도 엉망인데 놀리는 재미까지 없으니 이걸 어떻게 데리고 살아 따위가 그 내용이었는데 슈퍼 솔져의 청력으로 분명히 들었을 법한 스티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토니는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방을 보여주고는 '편하게 지내도록 하는데 너무 편하게는 지내지 마' 같은 말을 씨부린 후 자신의 작업실로 돌아왔다.
원래 토니는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한 남자다. 그는 아주 까마득한 예전부터 혼자 살아왔다. 물론 그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많은 여자들과 페퍼, 자비스, 혹은 자비스라던가 또는 자비스가 있었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그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에 익숙하고 간혹은 없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은 차라리 외로워 하는 것보다도 더 괴로운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누군지는 잘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토니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는 현재로도 전혀 부족함을 느끼고 살아본 적이 없었고 그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토니에게 있어서 스티브와의 동거는 굉장히 신경에 거슬렸다. 예를 들어 아침까지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다가 나오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스티브에 펄쩍 뛰는 것이 그랬다. 아침마다 빌어먹을 운동을 나가는 스티브는 괜히 자비스에게 진작 좀 알려달라고 소리를 치는 토니를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밤에 토니가 여자를 데리고 들어올 때도 그랬다. 거실 한 복판에 위치한 침대 위에서 키스를 하며 뒹굴고 있자니 갑자기 스티브가 주방으로 걸어 들어와 여자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적도 있었다. 물론 소스라치게 놀라는 건 여자 뿐만이 아니라 스티브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토니로써는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이 골치가 아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티브를 쫓아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다른 지역에 있는 자신의 수많은 집들 중 하나를 아예 스티브의 이름으로 돌려 주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어차피 나중에 쉴드로 돌아갈 몸인데 구지 자신이 선심 써서 집까지 줘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정말로 집을 줄까 아니 두 채는 줘도 되겠다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토니는 그 정도로 누군가와 같은 공간을 소유하는 데에 있어서 아주 최저였다. 평상시의 토니 스타크가 개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듯이 그것은 그의 공간에 있어서도 비슷한 원리로 작용했다. 그는 자신의 위주로 모든 것이 굴러가는 걸 좋아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성질을 부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스티브가 자신의 집 안에 들어와 사는 것과 그를 쫓아내는 것과 어느 쪽이던 토니의 마음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도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어느 날 페퍼가 눈에 띄게 표정이 좋지 않은 토니의 상태를 보고 그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다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토니가 간혹 작업실에 몇 일 동안 틀어박혀 있거나 혹은 어젯 밤 파티에서 너무 무리해서 신나게 놀았다던가 하는 날에 비슷한 징조를 보이곤 했었다.
"어디 아파요? 몸 관리 좀 잘해요. 이제 건강 챙겨야 할 나이라구요."
"아직 팔팔해 걱정마. 내 재산 가로채려면 멀었어."
"뭔 소리에요. 로져스 씨는 잘 지내요?"
"맞아! 그거야! 걔가 바로 내 건강을 해치고 있어. 페퍼, 내 집에 가서 캡틴 아메리카 씨를 사라지게 하고 와. 그러면 당신 월급을 0.1퍼센트 올려주지."
페퍼는 한숨을 푹 쉬었다. 보나마나 뻔했기 때문이었다. 토니는 원래 모든 사람들과 능숙하게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그 누구하고도 어울리기 힘들어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 반대로도 볼 수 있었지만 말이다. 원래 일정 선 안으로 그 누구도 들어오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인데 어느 순간 갑자기 동거인이 생겼으니, 그런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토니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페퍼는 토니의 옷매무새를 만져주고 손에 큐카드를 들려 주었다.
"이 연설 끝나면 한동안 스케쥴 비워 줄게요."
"어? 왠일이야? 휴가 받으려고 그러는 거지?"
"무슨 말이에요? 사장님 스케쥴 비우면 바빠지는 건 저라고요. 그러니까 몇 일 동안 로져스 씨하고 시간 좀 보내다 와요. 같이 전쟁도 치룬 사이에 남도 아니고, 그러다가 없는 정도 떨어지겠어요."
"그런데 내가 왜 구지..."
"그럼 한 집에서 계속 그러고 살려고요? 로져스 씨한테 미안해서라도 내가 안되겠어요."
"응? 내가 아니라 왜 걔한테 미안한데? 내 편은 진짜 아무도 없는거야?"
다음 날 토니는 오후가 되어서야 눈을 뜨고 자비스의 인삿말을 받았다. 오늘부터 사 일 동안 스케쥴이 없으십니다 주인님. 그 말에도 토니는 별 다른 감흥은 들지 않았다. 원래 스케쥴이 있어도 자기 원하는 대로 뒤바꾸는 사람이라 딱히 좋고 자시고 한 기분은 없었다. 그리고 자비스가 이어서 하는 말에 더욱 심란해져 버렸다. 로져스 씨와의 차후 스케쥴을 입력 하시겠습니까? 토니는 베개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토니가 대충 씻고 나왔을 때 마침 스티브가 집에 들어오고 있었다. 간편한 외출복 차림으로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오는지 옷이 조금 젖어 있었다. 토니는 커피를 내리며 하품을 쩍 하면서 그를 돌아 보았다. 이제 아무때나 문 열고 들어오는 건 그럭저럭 익숙해져 있어서 예전처럼 커피를 쏟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어디 갔다 와? 노인네 산보라도 다녀 오셨나?"
"그냥 주변을 둘러보고 왔어. 얼마나 바뀌었는지 궁금해서."
스티브가 겉옷을 벗고는 젖은 금발을 손으로 탁탁 털었다. 토니는 커피에 설탕을 세 스푼 가득 넣고 휘휘 젓으며 그를 흘끔거리며 보았다. 그러고보면 스티브 로져스는 이 세계에 아는 사람도 심지어는 제대로 아는 장소조차 없다. 예전에 있던 길들은 갈아 엎어지고 새 건물이 들어 섰을테니 말이다. 스티브 로져스는 겉으로 드러내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 이 세계에 적응해 가려고 끈질기게 노력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토니는 스티브가 그의 집에 온 이후로 피하려는 노력만 했을 뿐이었지 한 번도 신경을 쓰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 필요를 애초에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토니 스타크는 천재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사업 수단도 알고 있었고 상대방에게서 원하는 것, 이 상황에서는 친목 따위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무조건 피하는 것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도움 안되긴 마찬가지다. 자신이 끈질기게 피해 다닌다고 해도 이곳은 자신의 집이었으니 말도 안돼고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스티브 로져스에게 하루 종일 방에만 틀어 박혀 살라고도 할 수 없다. 결국은 동맹- 이 상황에서는 친목을 위해 노력해 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토니는 그 결론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스티브에 대해 알아보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해보기 시작하니 예전 보다는 약간 편한 기분이 되었다.
"이봐 캡틴. 나 사 일 동안 휴일이야. 왜 휴일 받았는지 맞춰봐."
"왜 받았는데?"
"자네랑 놀아주려고 받았지. 어때 이만하면 좋은 플랫메이트 아닌가? 아니 플랫메이트가 아니지. 집주인이라고 해야지."
토니의 말에 스티브가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랑 놀아줄 필요 없다네, 스타크. 난 자네 말대로 노친네지 어린애가 아냐."
"뭐 적어도 이 세상 물정에 한해서는 어린애랑 비교당해도 할 말 없지 않나."
"지금 충분히 나 혼자서도 잘 알아가고 있으니까..."
"자비스? 자-비스!"
"예 주인님."
"뉴욕 내 데이트 장소 톱10으로 간추려봐."
서로를 알아가려면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고 그러려면 데이트를 해야한다는 토니의 지극적으로 단순한 사고 방식에 스티브가 잠시 인상을 찌푸리다가 곧 어이가 없다는 듯이 너털 웃음을 지었다.
"이봐 스타크. 정말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아아 거참. 이거 다 당신이랑 친해지려고 이러는거 아냐 이 노친네야. 자꾸 시끄럽게 굴지 말고 가고싶은 곳 있으면 생각해 놔."
그 말에 스티브는 입을 다물었다. 자존심 세고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아는 토니 스타크가 말로 누군가에게 절대로 지는 법이 없었다. 토니는 자비스가 허공에 모니터로 띄운 데이트 장소들을 손 끝으로 휙휙 넘기면서 여긴 좀 그렇고, 여기는 너무 로맨틱하고, 여긴 너무 끔찍하고 등의 평을 내리며 고르고 있었다. 스티브는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렸다. 토니가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며 친해지려 노력하는 것은 고맙지만 그 극단적인 행동 방식은 여전히 따라가기가 힘들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심정 변화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잘 알 수가 없어서 스티브는 애써 착잡함을 감췄다.
그들이 집에서 나왔을 때는 저녁 무렵이었다. 토니는 차를 끌고 가고 싶어했지만 스티브가 거절했기에 어쩔 수 없이 걸어 나왔다. 웬만해서는 토니가 원하는 대로 의견을 밀어 붙였겠지만 오늘 만큼은 조금 져줄까 하는 선심에서 나온 일이었다. 단지 뉴욕 시내까지 기사가 데려다 주었고 그들은 그 곳에서부터 걸었다. 토니는 평상시와 별 다를 바 없이 간단한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고 스티브는 셔츠에 면바지를 입었다. 비가 멈춘 날씨는 선선했다. 그들은 센트럴 파크 근처에서 내려 공원 안쪽까지 걸었다. 거기서는 셰익스피어 인 더 파크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 앞에 멈추어 서서 인파에 섞여 잠시 구경을 했다. 토니가 옆에서 스티브의 옆구리를 찌르며 토르와 똑같이 말하지 않냐고 해서 스티브가 진지한 와중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그 후에는 소호 쪽으로 걸어갔다. 이런 밤중에 도시에 나와본 적이 드문 스티브는 뉴욕의 밤거리를 신기한 듯이 훑어 보았다. 그들은 사람이 많지 않은 분위기 있는 장소로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토니가 열심히 칼질을 하는 동안 스티브가 고기를 씹다가 냅킨으로 입을 닦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러자고 한 이유가 있나?"
"친해지고 싶었다니까. 와인?"
스티브는 잔을 내밀어 와인을 받았다. "갑자기 그러니 이상한 것 같아서."
"지금 우리 이상해? 난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오늘 어색했던 적 있어?"
"그건 아니지만..."
"앞으로 한동안 같이 지내게 될 텐데 서로 노력해 보자고, 캡틴."
스티브는 당장은 어쩔수 없이 납득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토니는 자신의 와인을 한 번에 마셔버리곤 반 쯤 먹은 메인 요리를 옆으로 밀어 놓았다. 스티브의 시선에 나는 디저트를 더 좋아하거든 하고 웨이터에게 디저트를 부탁하는 그를 보며 스티브가 조금 웃었다. 토니는 한 쪽 팔꿈치를 테이블에 세우고 턱을 괜 채 스티브를 보았다. 금발 벽안의 미청년. 이 칠십 년이란 세월을 건너 뛴 사내의 안에서 무슨 생각이 돌아가고 있을 지 토니로써는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토니는 아무 생각 없이 제일 먼저 떠오른 말을 툭 뱉았다.
"많이 힘들지?"
그 말에 스티브는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는 토니에게 시선을 들었는데, 스티브의 시선은 전에 본 적 없이 떨리고 있어서 토니는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