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크파이크조지 단문
"상처를 받은 적이 있어요." 짐은 마치 조지를 닮은 꽉 막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무 아파서 난 정말로 내 몸이 다친 줄 알았어요. 온 몸이 찢기듯이 아려와서 숨이 막힐 정도였어. 고통이 심하면, 울지도 못하는 것 알아요?" 알고 있었다. 괜찮은 척, 마치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파이크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쑤시는 눈매를 애써 고개를 숙여 가릴 때에 짐은 말을 잇지 않았다. 숨소리만 가만히 들려오던 사이로 가을의 냄새가 나는 바람이 스쳐갔다. 간혹 짐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저로 하여금 너무 많은 추억의 썰물을 끌어오도록 만들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살 떨리게 했다. 조바심. 답답함. 그리움. 그와 함께 보냈던 모든 숨막히던 시간들로 거슬러 올라가 이젠 까마득한 뇌리 뒤편에 박혀있는 장소에 서게 만들었다. 한 때, 그래 한때 파이크는 그런 아련한 순간들을 즐겼다. 함께 서기만 해도 그 존재만으로도 충만해져 그렇게 하염없이 웃고 바라만 보아도 좋았던 시간들 말이다. 파이크는 그 웃음을 쓸어 지워내리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의 손목은 곧 청년의 단단한 손아귀에 잡혔다. 말은 하지 않았으나 짐은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똑똑한 청년이었다. 저를 보는 얼굴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시선에서마저 일말의 슬픔을 지워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들 중 더욱 자신을 감추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끝까지 사실을 말할 수 없는 자신일까, 아니면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그일까. 뻣뻣하게 굳는 손가락에 단단하고 마디진 손가락이 얽혀왔다. 얽매듯 엮이는 손가락에서 느껴지는건 절박함인가. 한 때, 그래 한때 그 역시 절박한 적이 있었다. 스쳐 지나는 웃음 하나에 마저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이 벅차던 순간들이. 손 끝이 맞닿는 것에 주저앉은 것처럼 가슴이 저리는 마음아픈 감정을 겪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말 한 마디 할 수 없었다. 저의 안달에 그가 질려 뒤돌지는 않을까 섣불리 입조차 열지 못하던 저를 기억한다. 그 감정을, 짐은 겪고 있는 것일까. 바다를 부어 놓은 듯한 푸른 눈동자가 그를 향하다 눈물을 쏟을 것처럼 떨렸지만 곧 가지런한 속눈썹 밑에 감겼다. 감정의 계승. 아파해야 할 건 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이란 것, 그건 참으로 구차하고 측은하게도. 어쩌면 한 때, 한때 저는 그를 사랑하며 잠깐이라도 행복하지 않았나. 닿지 못한 감정에라도 행복하다 느낀 적이 있지는 않았나. 파이크는 청년의 손을 맞잡았다. 알고 있다. 상처라는 것은, 한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