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팍칸 sacrilege 1
스팍칸
Sacrilege 1
1.
뉴벌칸은 예전 건재했던 벌칸의 모습을 닮아있었다. 그들의 재건을 돕기 위해 모인 온갖 행성과 국가들의 환경가와 건축가와 지형연구가를 포함한 셀 수 없는 인간과 외계인의 능력이 동원되어 마련된 곳이었다. 건조한 바람이 부는 사막의 모래는 붉었고 두 개의 태양은 메마르게 타올랐다. 사구들이 부드러운 능선을 그리기도 했고 모래 석상들이 땅위를 뚫고 올라온 수락의 손가락처럼 비죽 솟아있는 것도 보였다. 드물긴 하나 건생동물의 자취도 간간히 보였다.
만여 명뿐이 되지 않던 살아남은 자들이 정착한 행성은 이제 수년간의 노력으로 인해 훌륭한 도시들을 건설해냈다. 연방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족이 생존할 수 있도록 모든 필요한 도움을 제공했다. 행성은 메말랐으나 풍족했고 벌칸들은 비록 그들이 한 때 걸었던 땅과 아주 같지는 못했으나 그를 떠올리게 만드는 모래 위를 밟으며 미래를 생각하기로 했다. 그들이 속으로 얼마나 처절하게 울었을지언정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에는 일종의 우울한 눈빛이나 서로를 위안하는 몇 마디의 짤막한 단어들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오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모든 것이 마치 예전의 벌칸처럼 꾸며지려고 하는 순간에 그들은 더 이상 그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건 불필요하며 비논리적이었다.
Uzh Shi'Kahr 근방에 위치한 정착장에 USS 울리다르(Ulidar)에서 내려온 셔틀이 착륙했을 때 그를 맞기 위해 나온 사람은 사렉이었다. 사렉은 셔틀이 착륙하며 내는 모래 바람을 가까이서 맞으며 눈 한번 찌푸리지 않았다. 그의 뒤에는 몇 명의 다른 벌칸들이 예복을 입은 채 침묵과 함께 서 있었다. 늙은 벌칸은 울리다르의 함장이 셔틀에서 걸어 나오자 한 손을 들어 인사했다.
- 장수와 번영을.
- 장수와 번영을.
사렉은 그의 아들의 들어올려진 손에 여전히 착용되어 있는 장갑을 보며 잠깐 시선이 흐트러졌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표정을 바로 했다. 스팍은 손을 내리곤 그의 뒤를 따라 셔틀에서 내린 다른 세 명의 대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대원들은 사렉과 함께 있던 벌칸들 중 한 명의 지도에 따라 다른 곳으로 향했다. 스팍은 사렉의 옆에서 걸었다.
오랫동안 스팍은 뉴벌칸에 발을 딛지 못했다. 그는 사렉에게 간단한 안부를 물었고 그에 사렉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의식적이지만 진심이 깃든 절차였다. 스팍은 지난 삼 년간 자신이 어째서 뉴벌칸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는지에 대해 가장 짧은 방법으로 설명했다. 알파 쿼드란트에서 일어난 약간의 폭동과 오메가 디렉티브에 관련된 소동에 대해서였다. 사렉은 스팍이 마치 지나가던 길에 고양이가 죽어 있었다는 식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소식을 들은 바가 있었다. 그는 스팍을 깊게 추궁하지 않았다.
그들은 도심을 지나 사렉의 영지로 들어갔다. 스팍은 그의 아비가 아내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갖고 있다는 것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사렉은 정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 지구의 식물이군요.
- 8개월 3일 전에 방문한 바클라스 호가 몇 종류를 더 보태 주었지.
- 영지의 이름은 D'H'riset 일거라 짐작합니다만 맞습니까?
- 맞네.
정원에는 다른 뉴벌칸의 모래와 메마른 땅과는 다르게 물기가 느껴지는 짙은 갈색의 부드러운 흙과 녹색의 풀이 있었다.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엔 운치 있게도 징검다리와 같은 돌이 놓여졌다. 몇 그루의 그다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나무는 지구에서 통째로 옮겨온 것처럼 풀이 무성했다. 그 곳엔 레몬 나무와 작은 올리브 나무의 묘목도 심어져 있었다. 스팍은 그가 알아볼 수 있는 꽃들을 발견했다. 팬지, 튤립, 해바라기 등이었다. 노련한 정원사가 보았다면 그 무자비한 식물들의 배열에 혀를 차겠으나 풀의 종류와는 거리가 먼 벌칸들의 눈에는 신기할 뿐일거라 생각했다. 머리 위에서 타는 두 개의 태양이 아니었다면 지구의 정원이라 착각할 수도 있을지 몰랐다.
정원의 한 쪽 구석에서는 힘들게 손질하고 있는 인간 정원사가 보였다. 스팍은 잠시 그 모든 걸 눈에 담은 후 등을 돌렸다. 그들은 접객실로 들어갔다.
접객실은 벌칸의 그것과 똑같았다. 신경에 거슬리지 않는 단순한 장식품 몇 가지와 벌칸의 자세에 맞춘 가구들뿐이었다. 정원을 제외한 곳에서 인간적인 요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렉은 스팍이 접객실에 앉자 그제 서야 조금 어깨에서 힘을 푸는 것을 보았다.
사렉은 제 아들의 모습을 알아채지 못하게 살폈다. 아들의 머리칼은 여느 때보다 검었고 총명한 빛을 띄던 갈색 눈들은 검정으로 보일 정도로 어두웠다. 그건 어찌 보면 그가 입고 있는 검은 색의 제복과 잘 어울렸다. 그걸 떠나 사렉은 스팍이 그가 관찰 당한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지쳐있는 것을 발견했다. 벌칸에게 있어서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신호였다.
한 명의 벌칸이 그들에게 차를 내어왔다. 스팍은 그것을 흘끔 내려다보았으나 두 번 보지는 않았다. 사렉이 물었다.
- 최근 명상을 하고 있나?
- 하고 있습니다. 매일 최소 두 시간을 명상으로 보냅니다.
- 네가 잘 하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스팍은 눈을 한 번 깜박였다.
- 잘(fine)이란 단어는 여러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사렉은 스팍의 의아함을 가장한 목소리 밑에 숨겨진 날선 감정을 엿보았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다른 차원의 스팍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가 아내와 있을 때에도 습관을 들이지 못한 인간적인 표현을 무심코 쓰게 되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사렉의 침묵에서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스팍이 말을 이었다.
- 다른 차원의 저는 어디에 있습니까?
- 한 달 전에 뉴벌칸을 떠났네. 내게 행선지를 말해주진 않았네.
- 그건 조금 실망스럽군요. 사실 이 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만, 제가 올 것을 사전에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떠난 것을 보아서는 의도적인 행동이었다고 짐작되어집니다.
- 칸 누니엔 싱에 대한 걸 묻기 위해서로군.
- 정확합니다.
스팍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장갑을 낀 왼 손을 무릎 위에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관절의 모습이 부자연스러웠다. 사렉은 그의 인간의 피가 흐르는 아들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보다 한 층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엔 안도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스팍의 침착함이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흉포한 무언가를 가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는 그것을 구지 입 밖으로 꺼냄으로 인해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하는 아들의 내면을 흐트러트리고 싶지는 않았다.
동시에 스팍은 사렉이 느끼는 보이지 않는 감정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는 지극히 무감동 적이었다. 남은 인간의 피마저 벌칸의 것으로 대체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아들의 눈에서 벌칸답지 않은 풍부한 감정이 엿보이는 모습이나 그의 표면적으로 드러나던 미세한 동요를 기억했다. 스팍은 더 이상 시선으로 웃지 않았고 정원을 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지도 않았으며 어릴 때 즐기던 차를 마시지도 않았다. 그건 모두 지극히 오래 전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한 때, 그의 아들이 인간들과 사교하고 감정의 교류를 배우던, 오래 전의 이야기 말이다.
2.
USS 울리다르는 칠백 삼십 육명에 다르는 탑승자를 태우고 있는 페더레이션 클래스의 전함이었다. 벌칸의 이름을 갖고 있으나 지구에서 만들어진 울리다르는 궁극적인 전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함선답게 육중한 몸체와 다른 어떤 함선에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무기를 갖추고 있었다. 벤전스 호가 침몰한 이후 현존하고 있는 유일한 드레드노트 급 함선인 울리다르는 2267에 완공되었다. 섹션31에서는 칸 누니엔 싱의 샌프란시스코 대 테러사건 이후 그와 유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벤전스의 기술을 이용한 그들의 전함을 만들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도록 결정했다. 센서와 네비게이션 디플렉터, 트렉터 빔 등 모든 것이 개조된 전함은 벤전스의 쌍둥이와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뛰어난 쌍둥이였다. 벤전스가 제 주인에 충실한 개였다면 울리다르는 자신을 다룰 수 있을 주인을 고르는 영물이었다. 울리다르가 만들어지기까지 전함에 대한 많은 반발이 있었으나 샌프란시스코 사건을 겪은 이들의 강력한 주장과 연합의 허락으로 인해 통과되었다. 셀 수 없는 시뮬레이션과 어댑테이션 테스트를 통해 울리다르를 다룰 수 있는 함장은 S'chn T'gai 스팍으로 결정되었다. 울리다르는 알파 쿼드란트에서 일어난 대대적인 폭동에 처음 그 출항식을 알려 그 위용을 발휘했다. 이후 베가 시스템에서 오메가 디렉티브가 울렸을 때 가장 먼저 도달해 사건을 잠재운 것 역시 울리다르였다. 그 후로 울리다르 호에 대한 반대 의견은 점차 잊혀졌다.
3.
셔틀 베이를 담당하고 있던 대원은 그의 함장이 생각보다 일찍 돌아온 것에도 아무런 의아함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원은 벌칸이었다. 대원은 함장이 셔틀 베이에 셀랏 열두 마리를 이끌고 들어온다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의 함장은 벌칸 대원들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스팍은 셔틀에서 내려 대원에게 눈으로 스치듯 인사하고 브릿지로 이동했다.
울리다르는 뉴벌칸의 궤도를 느리게 순환하고 있었다. 스팍이 브릿지로 들어갔을 때 그의 대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았다. 그가 함장석에 앉자 다른 이들 역시 앉았다. 스팍은 손가락을 가볍게 놀려 모니터를 확인했다.
- 술루 대위.
- 모두 완벽한 상태입니다. 아무 문제없습니다.
- 좋습니다. 지금부터 우린 지구로 향합니다.
그들은 스팍의 말에 질문 하나 달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거의 기계적인 반응들이었다. 스팍은 수 개의 모니터가 그의 앞에서 변환하며 상태를 알려주는 것을 보다가 그의 옆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우후라는 그를 표정이 거의 배제된, 하지만 불안함을 차마 지울 수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 샌프란시스코 기지에서 통신이 왔었습니다, 함장님. 돌아오시는 즉시 '절차'가 진행될 거라고 합니다.
- 고맙습니다, 중위.
- '그'는 만나셨습니까?
- 아뇨. 행성을 떠났다 하더군요.
그녀의 얼굴에 약간의 불안함과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다른 감정 역시 얼핏 보였다. 동정? 스팍은 짐작할 수만 있을 뿐이었다. 그는 우후라를 나무라지 않았다. 브릿지의 대원 중 인간은 두 명 뿐이었고 그 중 한 명인 그녀에게 이 이상으로 모질게 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울리다르는 그녀에게 있어서 이미 충분히 모진 환경인 것처럼 보였다.
스팍은 시선을 돌림으로 그녀와 길게 이어질 수도 있을 대화를 단절했다. 우후라는 말없이 자리에 돌아가 다른 대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업무에 충실했다. 스팍은 검정과 은색으로 치장된 브릿지의 내부와 자신의 앞에 보이는 술루의 뒤통수를 관전했다. 함장이 된 지 삼 년이 넘었으나 그는 아직도 함장석에 앉을 때마다 자신의 자리가 아닌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그리고 함선이 무사히 워프하는 것을 확인한 후 의자에서 일어났다. 술루에게 컨트롤을 맡기고 터보리프트로 향하는 그의 등에 우후라의 시선이 그를 쫓아오고 싶은 것처럼 뒤따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항상 그랬다.
함선의 내부는 온도가 높았다. 뉴벌칸에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지구의 기온에 비교한다면 그보다 평균 5도 이상은 높은 기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울리다르에 탑승한 사람의 76.4%는 벌칸인이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론 인간이 가장 많았고 그 외에 소수의 외계 종족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스팍은 울리다르가 불리는 여러 가지 이름을 들었다. 철의 여인. 제2의 복수. 떠도는 벌칸. 시한폭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기의 섬. 그는 모든 이름을 전부 수용했다.
쿼터에 들어간 그는 잠시나마 명상을 시작하기 위해 초를 찾았다. 도중 패드에서 닥터 므벵가의 메시지가 와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주기적인 검진을 위한 것이었다. 스팍은 패드를 내려놓고 초에 불을 붙이는 행위를 계속했다. 겉옷을 벗은 그는 명상을 위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다리를 접고 앉아 눈을 감았다. 장갑은 여전히 벗지 않은 채였다. 스팍은 명상에 집중했다.
그는 자신의 주변으로 이미 죽어버린 감정이 몰아치다 명치에 단단하게 뭉치는 것을 느꼈다. 그건 항상 같은 곳에 쌓이고 쌓여 응어리졌다. 수년간 스팍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그리고 없애기 위해 명상을 계속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는 괴상한 종양 같은 그것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건 그의 몸에서 기생하고 자랐다. 그의 눈을 검게 만들었으며 왼손을 아리게 만들었다.
오늘도 그는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4.
철의 여인의 함장이 지구를 방문한다는 사실은 극히 비밀로 부쳐져야 했으나 스팍은 트랜스포트를 마쳤을 때 그의 주변에 선,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사람을 발견했다. 트랜스포트실의 너머에서 그를 쳐다보는 수 쌍의 시선들이 느껴졌다. 물론 허락을 받은 자만이 이곳에 있는 것이겠지만 스팍은 한 명, 많으면 두 명의 사람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그를 향하는 시선에 뒤섞이는 여러 감정을 엿보았다. 동경에서부터 경계까지. 스팍은 차라리 그런 감정을 구분조차 할 수 없었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인간들은 그를 너무 인간처럼 만들어 놓았다.
적어도 그를 취재하려는 기자 따위는 없었다. 스팍은 그를 에스코트하는 스타플리트 대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그들은 다행스럽게도 예의 있는 한에서 무뚝뚝했으며 표정이 없었다. 그들은 둘 다 뚜렷한 영국식 발음으로 말했다. 스팍은 이동하는 내내 길을 외웠으며 그에겐 익숙하지 않은 스타플리트의 건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본능적으로 그것을 탐색했다. 하늘은 아직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우중충했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한 날씨에 흰 색이어야 할 건물은 지저분한 회색처럼 보였다. 런던이었다.
스팍은 런던에 온 적이 없었다. 그럴만한 용건도 없었거니와 그는 축축한 런던의 날씨에 대해 질리도록 들은 적이 있었다. 비가 자주 내린다는 건 물을 선호하지 않는 벌칸에게 있어서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그에게 런던에 대해 말해준 건 스콧이었다. 스콧은 영국 태생은 아니었지만 일 때문에 런던에서 지낸 기간이 꽤 된다고 했었다. 그는 늘상 흐리고 눅눅해서 금방이라도 목을 매달고 싶어지게 만드는 런던 날씨가 지긋지긋 하다면서도 어쩐지 그리워하는 표정을 짓곤 했다. 스팍은 물었었다. 좋은 기억이 아닙니까? 스콧은 시선을 피하며 억지스럽게 말했었다. 그럼! 그런 날씨 좋아할 놈이 어딨어?
하지만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며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는 건지 스팍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는 기분을 알고 있었다. 그 때마다 저에게서 스콧과 같은 표정은 나오지 않았다.
- 캡틴 스팍?
- 예. 맞습니다.
- 반갑습니다. 섹션31의 슬론입니다.
스팍은 그에게 내밀어지는 손을 잡지 않으며 가볍게 눈으로 인사했다. 상대는 뒤늦게 알아차린 듯이 손을 거두고 그에게 사과했다. 스팍은 슬론이 그의 지위를 밝히지 않은 걸 알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건물의 복도를 걸었다. 사람이 몇 명 보이지 않는 복도는 한산했다. 그들의 뒤에서는 에스코트를 하던 자들이 거리를 두고 따라오고 있었다.
자신을 슬론이라고 소개한 자는 확연히 스팍을 어려워했다. 누군가에게 휘둘릴만한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나 그에게 있어서 스팍은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종류의 상대일 것이다.
- 임무 중에 바쁘실 텐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이제 절차에 대해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바로 용건에 들어가는 스팍에 슬론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 역시 돌려 말하는 것을 즐기진 않았기에 바로 설명했다.
-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섹션31은 스타플리트와 본 프로젝트에 함께 임하는 것으로 동의를 마쳤습니다. 당신의 함선, USS 울리다르가 직면하는 기술적 문제점들 중 다수의 부분이 현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능력 밖의 범주라는 건 역시 알고 계실 겁니다. 애초에 그런 기술을 보유한 함선이 만들어진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울리다르와 동일한 모델을 만들어 연합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에게 테스트를 맡겼으나 100%의 완벽함을 보여준 사람은 없었죠. 사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테스트를 돌렸습니다. 어찌됐건 간에 그를 깨우는 일은 그다지 산타클로스를 맞는 기분 같은 건 아니니까요.
그들은 리프트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스팍은 참을성 있게 슬론의 말을 들었다.
- 불편하실 거란 건 충분히 예상합니다. 당신은 그와 직접 대면한 적도 있었죠. 아이러니 합니다만, 벤전스의 쌍둥이라 불리는 울리다르의 적합자로 판정난 것이 당신인 것도 그렇고 그와 이런 식으로 조우하게 된다는 게... 아 죄송합니다. 절차는 간단합니다. 해동이 끝난 후 그의 두뇌에 액상 칩이 박힐 겁니다. 허튼 짓을 못하게 막아주죠. 그리고 형식적인 검사와 서류 작업이 끝나면 -아마 길어봤자 이틀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와 함께 울리다르에 탑승하시면 됩니다. 함선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문제가 두어 개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 임무에 지장은 없을 정도의 사소한 문제였습니다.
- 이번 일이 내키지 않으시겠죠. 압니다. 수십 만 명을 살해한 테러범이 아닙니까? 게다가 샌프란시스코 사건 때 당신의 친우였던 고 제임스 커크를...
슬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멈춰선 채 자신의 턱 밑에 들이밀어진 페이저 건을 느꼈다. 벌칸의 침착한 기색은 사라진 채 시꺼먼 악마 같은 눈동자가 서늘하게 끓으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 저는 살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 …….
- 지구인의 말로는 '입조심 하라'던가요.
슬론은 고개를 끄덕였고 스팍은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페이저 건을 허리춤에 넣었다. 그들의 뒤에서 따라오던 두 명의 대원은 긴장한 상태로 스팍을 향해 페이저를 들고 있었지만 스팍은 신경 하나 쓰지 않았다. 슬론은 대원들에게 페이저를 내리라는 손짓을 했다. 그는 앞서 걸어가기 시작하는 스팍의 뒷모습을 보며 턱 밑을 매만졌다. 멀쩡한 줄 알았더니 미친놈이군.
하지만 '그' 스팍 함장을 상대로 입을 함부로 놀린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슬론은 벌칸의 뒤를 따라갔다.
당연하게도 스팍은 내심 자신이 반사적으로 페이저 건을 뽑은 것에 속으로 후회했다. 하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실수를 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순간 그는 약자가 될 것이다. 대신 그는 최대한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커크의 이름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에게 있어서 경보 버튼처럼 작용한다는 것을 의도치 않게 확인하는 것뿐이 되지 않았다.
지하로 내려가자 기온이 확 내려갔다. 내부의 구조는 단순해서 스팍은 앞서 걸으면서도 그들이 향하려던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장소는 어두웠다. 인공적인 푸른빛만이 절차에 필요한 공간만을 실험대 비추듯 밝히고 있었다. 몇 걸음 안 걸어서 소수의 사람들이 보였다. 의사들과 그들로부터 떨어진 곳에 무장하고 선 대원들이 있었다. 스팍은 그들 중 한 명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상대는 극저온 캡슐을 앞에 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고개를 돌려 스팍을 발견했다. 남자의 얼굴이 미미하게 굳었다. 하지만 스팍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놀란 기색은 없었다.
- 닥터 맥코이.
- 캡틴 스팍.
맥코이의 입에서 캡틴이란 칭호를 듣는 것은 어색하다 못해 부적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인간 남자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나이 들어 보였다. 구렛나루가 조금 희끗해진 것 정도였지만 말이다. 맥코이는 숨기지 않는 시선으로 스팍을 한 번 훑었다. 그의 눈은 스팍의 왼손에 조금 길게 머물렀고, 곧 고개를 젓더니 소리 나도록 혀를 찼다. 스팍은 그의 앞에서 그런 행동을 보인 사람이 아주 오랫동안 없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동시에 맥코이가 그 모든 일을 겪은 후에 여전히 한결같다는 사실에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삼 년을 넘는 시간은 어쩌면 인간에게도 충분히 회복할 만큼 긴 시간인 것인지 몰랐다. 비록 반쪽자리 인간에게는 아닐지라도.
슬론은 뭔가 말하기 위해 다가오려 했으나 그 전에 스팍이 먼저 캡슐에 다가갔다. 캡슐은 이미 열려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냉각 기능이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는 차가운 김이 연신 뿜어져 나왔고 그건 벌칸에게 있어서는 살점을 에는 추위와 같았다. 스팍은 개의치 않고 그 옆에 서서 안을 내려다보았다. 캡슐의 안엔 시체와 같은 남자가 누워 있었다.
스팍의 눈앞에서 새하얀 분노의 불꽃이 튀었다.
이번에 그는 흥분하지 않는 데에 성공했다. 맥코이는 그를 불안한 시선으로 보다가 입을 열었다.
- 괜찮겠소?
그에게서 존대를 듣는 건 이상했다.
- 장담할 수 없습니다.
- 솔직한 건 여전하시구만.
-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 내가 놈에게 유일하게 손 대어본 의사잖소. 적어도 정식으론 말이오.
- 그럼 부탁드립니다.
맥코이의 귀에는 그 부탁한다는 절제된 말이 마치 제발 이 새끼한테 독극물을 투여해 달라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사실 그는 스팍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주변에 사람이 많았고 그에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는 스팍에게 모든 것이 끝난 후에 돌아와도 된다고 말했으나 스팍은 그곳에 남아있기를 종용했다. 벌칸은 한 쪽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의자에 앉아 지켜보기 시작했다. 맥코이는 슬론을 한 번 보았지만 슬론은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의사는 스팍의 시선이 불편한 것처럼 굴었다. 맥코이는 한숨 쉬었다.
의사들이 다시 침묵 속에 일하자 지하 공간은 의료 도구들의 덜그럭거림과 일정한 기계음의 소리로 메워졌다. 의사들의 짤막한 대화에서 그는 '그'가 곧 깨어날 것을 직감했다. 무장한 대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슬론은 팔짱을 낀 채 두려움과 기대감이 섞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인간들의 얼굴에 푸르고 검은 음영이 일렁였다. 메스꺼운 긴박함이었다.
스팍은 주변을 의식할수록 침묵 속에 앉아있는 것과 다르게 동요하고 있었다. 그는 어둔 지하 공간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다는 착각에 찰나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어째서 자신이 이토록 동요하고 있는지 생각했다. 그제서야 그는 벌칸의 무너져 내리던 위원회의 동굴을 이 장소와 겹쳐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그는 이 절차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부식. 붕괴. 침몰. 닿지 못한 손. 소실.
의식하게 되자 몸이 반응했다. 스팍은 오른손으로 그의 경련하려 하는 왼손을 잡아 누르며 눈을 내려감았다. 모든 뇌세포가 타버릴 듯한 집중력으로 그는 감정을 억제했다. 페이저를 들어 자신의 머리를 쏘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지금은 안 된다. 미쳐버리는 것도 자살하는 것도 지금은 안 된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남자는 일어나있었다.
5.
그럼, 시작할까.
6.
스팍, 듣고 있어 스팍? 설마 취한 건 아니지? 커크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나 지금 좀 취한 것 같아. 그러니까 취한 김에 말하려고. 난 말야, 음 그러니까 여태 부끄러워서 말은 못 했는데 말이야. 왜 그런 눈으로 봐? 나도 부끄럼 정도는 느낄 수 있다고. 근데 아무튼, 크흠. 너랑 만나게 된 걸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너, 놀라는 거야 웃는 거야? 누군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와 진짜. 그래, 한 번 생각해 봐. 우린 정말 많은 일을 겪었잖아. 그렇지? 난 네가 아니었다면 그들 중 절반도 해내지 못했을 거야. 물론 너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날 이끌어줬지. 본즈, 니요타, 히카루, 파벨, 몬티, 캐롤... 그리고 나의 가족들. 응. 나의 가족들. 그들이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냐. 그리고 그들 중 넌, 넌 말야 스팍. 우리가 알테어 IV에서 노을 질 때 석양빛에 감싸인 엔터프라이즈를 보던 거 기억나? 그래, 그런 기분이야. 커크의 눈이 본 적 없이 푸르게 빛났다. 난 널 보면 그런 기분이 들어, 스팍.
7.
스팍, 제발. 그들을 부탁해. 스팍. 스팍.
8.
그는 자신의 어깨에 닿는 갑작스런 한기에 몸을 움찔거리며 눈을 떴다. 시선을 들자 맥코이가 양 손에 캔 음료를 하나씩 든 채 서있었다. 그의 얼굴은 찌푸린 것도 뭐도 아닌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스팍은 고개를 저으며 음료를 거절했으나 맥코이는 다시 한 번 드밀었다. 결국 그는 캔을 받아 들었다. 차가움에 손끝이 순식간에 얼얼해졌다. 맥코이는 그의 옆에 지친 듯 털썩 앉으며 음료를 땄다.
복도는 여전히 한산했다. 듣자하니 건물은 생명과학 부서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바로 며칠 전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있었다고 했다. 간혹 마주치는 사람들은 땅을 보며 걷거나 주변의 어느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딱딱하게 굳은 채 본인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스팍은 실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바깥처럼 음울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스콧이 말했던 목을 매달고 싶어진다는 기분이 어떤 건지 조금 짐작이 갈 것 같았다. 그건 신체적 영향과는 그닥 관계없는 감정이었다.
- 그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 회복실에 있소.
스팍은 고개를 끄덕였다. 맥코이는 무릎 위에 손을 올린 채 부동자세로 앉아있는 스팍을 곁눈질하곤 습관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푸석한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 삼 년 만인가.
- 그렇습니다.
- 안색이 말이 아니외다.
- 편하게 말 하셔도 됩니다.
맥코이는 편하게 말 하라는 스팍의 감정이 실리지 않은 제안에 잠시 고민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스팍을 향해 어색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젠장, 상대는 스팍이었다. 비록 길가마귀처럼 검은 옷에 죽은 셀랏의 눈을 하고 있었으나 스팍은 스팍이었다. 그래서 맥코이는 다 집어치고 예전처럼 말하기로 했다.
- 네 시체 같은 꼴을 보아하니 므벵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군.
- 그는 성실하고 실력 있는 의사입니다. 그리고 제가 시체처럼 보인다는 말엔 동의하고 싶지 않군요.
- 그럼, 저승사자처럼 보인다고 해주리?
스팍은 내심 그 편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걸 알아차린 맥코이는 질린 표정이 되었다. 스팍은 더 이상 대꾸하고 싶지 않은 듯 침묵했고 맥코이는 피지 않는 담배를 간절히 원했다.
- 스팍, 네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 그 망할 함선을 지휘하라고 추천한 건 아니었어. 난 네가 지키고 책임져야 할 무언가라도 있다면 네 자신을 추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Hell, 넌 그 때 모든 걸 잃은 사람처럼 보였어. 모든 걸. 그리고 네가 온갖 뉴스에 보도되며 승승장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괜찮아진 거라고 믿었지.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어. 하지만, 제기랄. 거울을 봐, 스팍. 이래선 내가 너를 무덤에 밀어 넣은 거나 다름없잖아.
맥코이의 말투는 점차 자책하는 것처럼 변했다. 스팍은 그의 감정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진심으로 그가 그러지 않길 바랐다.
-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닥터. 그건 제 결정이었습니다.
- 적어도 내가 착한 사마리아인은 되지 못했지.
- 전 지금 제 위치와 상황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족을 느끼는 이상 당신의 근심은 불필요한 감정소모입니다.
맥코이는 개소리 말라는 듯 코웃음 쳤다.
- 만족? 넌 지금 만족이란 단어가 뭔지도 모르고 있어.
- 닥터.
- 벌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 말해 봐. 그토록 지금 상황에 만족하는 놈이 어째서 임무에 방해될 걸 알면서도 손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거지?
우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캔이 움푹 일그러졌다. 스티로폼 구겨지듯 패인 캔에서 음료수가 줄줄 흘러내렸다. 스팍은 그걸 손에 쥔 채 동상처럼 굳었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그대로 멈춰서 다시는 움직일 것 같지 않았다.
맥코이는 약간 흥분한 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자신의 말이 심했다는 걸 깨달았으나 사과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스팍을 보자니, 그의 말은 사실임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맥코이의 목소리는 조금 더 절박했다.
- It's time to move on, Spock.
스팍은 눈을 내려감았다.
음료수가 모조리 바닥을 적셨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맥코이는 벌칸의 눈동자가 지극히 아무 것도 담고 있지 않다는 데에 좌절했다. 앞을 보나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검은 눈엔 손으로 만져질 수도 있을 듯한 장벽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만큼 담담하게 스팍은 인정했다.
- 이것이, 제 손이 저를 현실에 붙잡아둡니다. 저는 이 상처를 필요로 합니다.
9.
칸 누니엔 싱은 눈을 떴다.
모래먼지 나는 대지 위에 발을 딛고 선 그를 시린 공기가 버석하게 훑었다. 주변은 온통 하얬다. 눈에 덮혀 땅 한 자락 보이지 않는 와중 하늘은 침묵 속에 그 눈가루를 뿌렸다.
그는 천천히 걸었다. 발 한 걸음을 뗄 때마다 발이 얼음 같은 눈 속에 깊숙이 묻혔다. 태양은 보이지 않았고 하늘은 땅과 구분이 되지 않는 색이었다. 그 곳엔 칸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대지는 춥게 얼어붙었고 생명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땅은 죽은 자만을 받아들였다. 칸은 알 수 있었다. 그는 뒤를 돌았다. 눈 위에 남았어야 할 자신의 발자국은 아무데도 없었다.
칸 누니엔 싱은 눈을 떴다. 저승사자의 눈을 한 벌칸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